는 위키백과의 설명(상당수 제가 적은 거지만; 물론 일본어 항목을 꽤 참고했음)을 보시면 알 수 있듯 하나의 작품을 다양한 매체로 전개하는 프랜차이즈 전략을 말하는데,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거대한 산업으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90년대 이후부터는 작품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미디어 믹스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지요. 그 전에는(물론 현재까지도) 하나의 히트작이 생기면 이를 다른 매체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으나 점점 이러한 미디어 믹스 기획작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미디어 믹스의 중심축을 차지하는 건 아무래도 소설, 만화, 영화의 몫이었습니다. 이들 매체는 인물, 사건, 배경이 확립되어 있기 때문에 스핀오프, 외전식으로 곁가지를 치기(?)도 쉽고 다른 매체로 옮기기도 좋기 때문이지요. 90년대 이후에는 여기에 게임이 가세하여 게임을 원작으로 만화나 영화가 만들어지는 등 2차 창작물 취급받던 게임이 미디어 믹스의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이 게임을 중심축으로 한 미디어 믹스 기획물이죠.
그런데 2000년대 이후로 들어서자, 2차 창작물이나 미디어 믹스의 일환 중에서도 들러리 취급받던 존재가 급부상하게 됩니다. 바로 피규어인데요, 사실 이전까지 피규어는 미디어 믹스의 정식 멤버(?)로 받아들여지지조차 않았습니다. 인기 작품의 인기 캐릭터가 있으면 완구 회사에서 라이센스를 사서 피규어를 만들어 판다, 는 형식이었을 뿐이죠. 머그컵이나 마우스패드나 다를 바 없는 캐릭터 상품 중의 하나로 취급받아 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피규어 산업의 규모도 커지고, 피규어의 질도 높아지고, 원더 페스티벌의 인기 등 피규어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자 피규어도 미디어 믹스 전략의 한 축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죠.

슈라키의 이미지 포스터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슈라키(シュラキ)입니다. 이 슈라키는 게임 '사쿠라대전'으로 유명한 기획사 레드 엔터테인먼트와 '넨드로이드'로 유명한 완구 회사 굿스마일 컴패니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미디어 믹스 기획으로, 캐릭터와 이 캐릭터로 만든 피규어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제가 알기로는 업계 최초인 듯).
간단히 말하자면 다양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디자인한 미소녀 피규어에 드라마CD를 첨부하여 판매하는 시리즈로 시작하여, 현재 만화가 연재중이고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선보이고 있지요. 이런 식의 미디어 믹스 전개는 흔히 있지만, 이전까지는 캐릭터 상품 중의 하나로 취급하던 피규어가 여기에서는 1차 '원본'으로 대접받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합니다.

그럼 여기서 돌연 화제를 바꿔서 최근 공개된 '
절대충격 플라토닉 하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이 작품은 최근 열린 코믹마켓에서 홍보를 시작하며 정보를 공개한 미디어 믹스 기획인데, 무려 10개 회사가 동시에 참여한 것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공개된 스토리나 '미소녀 섹시 액션' 같은 카피를 보면 전혀 새로울 것도 없다는 느낌(소원을 이루기 위해 싸운다는 건 '드래곤볼',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가면 라이더 드래건' 등이 떠오르고 미소녀 액션이래봐야 '마이 히메', '일기당천' 등 숱하게 많이 떠오르죠)이고,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등으로 동시 제작되어 선보이는 것도 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기획에 참여한 10개 회사 중에서 완구회사인 야마토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로써 피규어도 다른 매체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미디어 믹스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된 것이죠.
뿐만 아니라 아직 상세한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figma 시리즈로 유명한 완구회사 맥스 팩토리가 주도하여 미소녀 게임 '
세키라라'와 그에 등장하는 캐릭터 피규어를 동시에 선보이는 기획을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피규어의 인기에는 역시 미디어 믹스의 중심이 어떤 전체적인 세계관에서 캐릭터 중심으로 이동하는 현대 일본의 조류에 따른 현상이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가령 90년대 미디어 믹스를 대표하는 '슬레이어즈'의 경우는 제법 상세한 세계관과 다양한 캐릭터, 긴 서사구조가 포함된 소설이라는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했기에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 다양한 매체로 '분화'될 수 있었지요. 미국의 대표적 인기작 '스타워즈' 역시 원작 영화가 거대한 은하를 무대로 한 세계관, 다양한 캐릭터, 길고 많은 이야기들이 그 안에 들어 있었기에 다양한 스핀오프, 외전 등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후반, 2000년대로 들어서며 미소녀 게임 등 캐릭터에 특화된 장르가 미디어 믹스의 축이 되면서 다른 요소들의 비중이 축소되고 오직 캐릭터만 두드러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그리고 피규어는 이러한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요소로 주목받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figma, 리볼텍 등 피규어 기술의 발전에 따라 퀄리티가 높아진 점도 피규어 인기 상승에 한몫 했을 뿐더러, 그 캐릭터를 소유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는 피규어가 가장 적합한 매체지요. 가령 만화의 주인공이라도 포스터를 벽에 붙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잖아요(실제로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우니).
이러한 캐릭터의 부각은 아즈마 히로키의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에서 언급한 데이터베이스 소비론과도 상통합니다. 종래의 이야기 소비가 과거에는 하나의 거대한 원본을 통해서였다면 현재는 수많은 설정/이야기의 조각들을 통해 거대한 실체에 접근하는 데이터베이스식 접근방식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 아즈마 히로키, 문학동네 (2007)
대표적으로 '
마이 히메 프로젝트'를 보죠. 이 미디어 믹스 기획은 아마도 최초로 선보인 발상일 텐데, 캐릭터를 하나의 배우로 상정하여 동일한 캐릭터들을 여러가지 다른 작품에 같은 이름과 외모, 성격을 유지한 채로 등장시킵니다. 그 결과 '마이 히메', '마이 오토메', '마이 히메 데스티니' 등 다양한 작품이 나왔고, 여기에서 파생된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설정과 이야기가 모두 조금씩 혹은 많이 달라집니다. 하나의 원본, 원전이라 할 존재가 없고 제각각이 동등한 가치를 지닌 별개의 이야기란 말이죠. 하지만 수용자(=소비자)는 동일한 캐릭터가 있기에 이를 통해 이 모든 이야기들에서 동질감과 익숙함을 느끼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마이히메 데스티니'의 주인공 카구라 마요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약간 엇나간 듯도 하지만(역시 인터넷에서 생각과 정리, 퇴고 없이 키보드를 두들기면 이런 식이 됩니다;;) 이렇듯 미디어 믹스에서 캐릭터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이런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매체인 피규어의 위상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것이죠. 어쨌든 결론은 제대로 찾아왔습니다. -_-;
사족처럼 하나만 덧붙이자면 작년말부터 열풍을 일으키며 아직도 인기가 높은 보컬로이드 CV 시리즈인
하츠네 미쿠, 카가미네 린 등의 캐릭터도 그 높은 인기에 비하면 제대로 된 미디어 믹스 전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을 만든 게 DTM 전문회사여서 미디어 믹스에 소극적인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현재 하츠네 미쿠의 대표적인 파생상품이라고 하면 음반을 제외하면 피규어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짧게 연재되었던 만화는 캐릭터 디자이너가 임의로 그렸던 것이고(그래서 '메이커 비공인작'이라고 표기되었음), 캐릭터 상품이야 안는 베개 등 이거저거 나왔으나 메이커가 주도한 미디어 믹스의 일환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들이었죠. 이것도 피규어의 위상을 설명하기 위한 좋은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전체 이야기 흐름과는 별 상관이 없겠지만 무리하게 언급해보았습니다.

하츠네 미쿠의 피규어 두 종류
이번에 선보인 '절대충격 플라토닉 하트' 역시 캐릭터를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는 '마이 히메 프로젝트'와 흡사합니다만, 모바일, 인터넷, 피규어 등 이전의 미디어 믹스 기획에서는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던 요소들이 급부상하여 다른 매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에서 저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기획이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앞으로 등장할 미디어 믹스 기획들의 전략이 달라질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들이 일본의 이야기였음. -_- 우린 그냥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합시다들. -_-;
누차 말씀드리지만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미디어 믹스는 둘리밖에 더 있나. -_- 이번에 태권V가 한번 해본다는데 잘 되기를…….
성공한 미디어 믹스로는 디워가... 디워 피규어...
디워 피규어는 제가 못봐서 뭐라 말을 못하겠네요. 차라리 용가리라면 CF도 찍고 이런저런 활동(?)을 한 것 같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