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매거진 3월호

2007/03/04 01:18

얼마전 일본의 SF잡지인 『SF매거진』 3월호를 샀습니다. 일본 잡지를 사다니 돈이 많은 거 아니냐는 생각은 저 자신도 (잠깐) 들었지만;; 사실 전 1년에 딱 한 번 3월호만 삽니다. 왜냐하면 3월호에 작년도 SF의 주요상을 수상한 중단편들을 번역(일본어로;;)하여 싣거든요. 제가 영어가 되면 당연히 원판인 미국잡지를 샀겠지요……. 중역의 폐해는 잘 알지만 다 영어 못하는 죄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2006년도 휴고상 단편(Short Story)부문 수상작인 "Tk'tk'tk(뭐라 읽어야 할지 -_-)", 시어도어 스터전 기념상 수상작 "The Calorie Man", 로커스상 중편(Novelette)부문 수상작 "I, Robot(코리 독토로우 작품임)"이 실려 있습니다. 시간나면 읽어보고 중역이나마 번역도 좀 해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작년 것도 다 안 읽었는데 언제나 될지. -_-

『SF매거진』의 특징이라면 역시 문예지와 엔터테인먼트 소설 잡지(일본이라면 『드래곤 매거진』이라든지 『더 스니커즈』 같은)의 중간격에 위치한다는 점입니다. 작년에 한국판도 나온 『파우스트』 역시 그런 느낌인데, 일본에선 잡지가 굉장히 많아서 취향에 따라 골라볼 수 있어서 좋아요. 우리나라는 소설 잡지란 개념은 없고 근엄한 느낌의 문예지만 나오고 있지요(『판타스틱』 빨리 나와라;;).

『파우스트』가 잘한 게 표지는 만화풍 일러스트를 썼어도 수록 작가도 인기 작가를 기용하고 편집도 고급스럽게 해서 만화만 사는 10대도 사고 소설을 진지하게 읽는 20대 이상에게도 어필했지요. 덕분에 일본에서 대박내고(출간되자마자 문예지 판매부수 1위) 대만과 한국에 진출…….

한편 내용을 보면 해외신간 소개는 물론이고 SF에 들어간다 싶으면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라이트 노블 등 가리지 않고 소개하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우리나라 SF팬덤은 둘로 나뉘어진 듯 하지만(SF문학 추구자와 SF컨텐츠라면 다 좋다는 사람들) 일본은 그런 경계가 훨씬 흐리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가령 우리나라 SF팬덤에선 일본 라이트 노블을 쳐주지도 않지만(HappySF의 SF출간 목록에 아예 빠졌음), 지금 번역 출간된 NT노벨/X노벨 중에서 확실히 SF에 들어갈 만한 작품이 당장 생각나는 것도 열 종은 됩니다(물론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사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상세히 해보고 싶지만 일본SF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많을 텐데 다들 침묵하시는 바람에 제가 너무 나선 듯한 느낌도 드는군요.

덧. 잡지내 광고를 보니 그렉 이건의 세 번째 단편집이 나왔다네요. 제목은 『ひとりっ子(외동딸)』,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렉 이건의 유일한 단편 'Singleton(국내판 제목은 '단일체')'을 표제작으로 한 일본 오리지널 단편집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만 단편집이 세 권이나 나오는 그렉 이건은 모국인 호주보다 일본에서 더 사랑받는 작가가 아닌가 싶고, 또한 일본에서 그를 좋아하는 이유가 하드한 설정을 좋아하는 일본 SF팬덤의 취향 덕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나올 일은 없을 테니 일본어판 그렉 이건 단편집 사야지 -_-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근데 개인적으로 세로쓰기는 읽기가 너무 힘들어 진도가 잘 안 나가서 이것도 올해 안에 다 읽을 수나 있을지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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